가상세계와 현실을 넘나드는 썸머 워즈(Summer Wars) 줄거리
OZ는 전 세계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가상세계의 통신망이다. 인터넷으로 전 세계가 연결되어있기 때문에, 사용자는 자신의 모든 업무와 서비스를 자신의 아바타를 사용해서 모두 처리할 수 있다. 주인공 켄지는 수학에 재능을 가진 고등학생으로 OZ의 보안관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평소 짝사랑하고 있던 선배 나츠키의 부탁으로 그녀의 본가인 우에다로 함께 내려간다. 나츠키의 증조할머니 사카에의 90번째 생신을 축하드리기 위해서였다. 나츠키는 가족이 모인 앞에서 켄지를 약혼자라고 소개한다. 그리고 나츠키는 켄지에게 우에다에 머무는 사흘 동안 남자 친구 행세를 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날 저녁,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나타난다. 그는 증조할아버지의 첩의 아들이자, 집안의 모든 재산을 가지고 미국으로 도망을 갔던 와비스케였다. 친척들은 그를 문전박대했지만 사카에 할머니만이 그를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대가족 속에서 정신없는 하루를 보낸 켄지는 숫자가 가득한 이상한 메일을 받는다. 별생각 없이 숫자를 해독해서 보내고 잠이 든다. 다음 날, OZ는 인공지능 '러브 머신'에 장악되어 세계는 혼란에 빠져있었다. 그리고 켄지는 OZ를 해킹한 용의자가 되어있었다. 켄지가 풀어낸 암호가 OZ의 관리 권한 암호였고 러브 머신이 이를 이용해서 OZ를 해킹한 것이었다. 켄지는 OZ에 접속해보지만, 러브 머신이 켄지의 아바타 권한을 빼앗아가 대항할 수도 없게 되어버린다. 이로 인해 거짓말이 모두 탄로 나고 곤란한 입장이 된다. 하지만 사카에 할머니의 응원으로 자신감을 얻은 켄지는 암호를 풀어서 아바타 권한을 다시 찾게 된다. 켄지 이외에도 수상한 암호를 해독한 사람들이 여러 명 있었고 그 수상한 메일이 러브 머신이 보낸 함정이었음이 밝혀진다. 이 상황을 지켜본 와비스케는 비웃음을 흘린다. 사실 와비스케는 러브 머신의 개발자였다. 그리고 러브 머신을 미군에 팔아 집안에서 훔친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다며 자랑하듯이 말한다. 이번 사태의 원인이 와비스케였음을 알게 된 사카에 할머니는 크게 분노하여 와비스케를 내쫓아 버린다. 다음 날 새벽, 사카에 할머니가 심장발작을 일으켜 위독한 상황이 벌어진다. 이번 해킹으로 OZ의 알람 기능이 제때 울리지 않아 골든타임을 놓쳐버렸기 때문이다. 응급처치를 해보지만 결국 돌아가시게 된다. 사카에 할머니를 잃은 가족들은 러브 머신을 없애버리겠다는 마음으로 힘을 합친다. 러브 머신에 대항해 보지만 결국 실패하고, 이에 화가 난 러브 머신은 위성을 핵 시설에 떨어뜨리려고 한다. 러브 머신이 흥미와 재미 위주로 움직인다는 것을 알게 된 가족들은 평소에 즐겨하던 게임으로 겨뤄 보기로 한다. 나츠키와 러브 머신은 자신이 가진 계정들을 사용해서 게임을 시작한다. 나츠키의 계정이 모자라 위기가 왔지만, 전 세계 사람들이 자신의 계정을 나츠키에게 양도해주었기 때문에 대결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내기에서는 승리했지만, 방향을 바꾼 위성은 우에다의 집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켄지는 위성을 막기 위해 러브 머신이 만들어내는 암호를 계속해서 풀었고, 간발의 차이로 가족들의 집은 인공위성의 궤도를 벗어난다.
지브리의 후계자로 주목받는 호소다 마모루 감독
썸머 워즈(Summer Wars)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 '늑대아이'등의 연출로 관객의 극찬을 받은 '호소다 마모루'감독의 작품이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섬세하면서도 감각 있는 연출력과 호소력 있는 이야기 전개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인 '미야자키 하야오'의 후계자로 지목될 만큼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내놓은 썸머 워즈(Summer Wars)는 결말이 쉽게 예상되는 전체적인 스토리나 위기를 극복하는 방식에 있어서 조금 유치하다고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가상세계라는 참신한 소재를 가지고 현실과 네트워크를 넘나드는 흥미로운 이야기의 전개나 섬세한 연출력은, 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일본 애니메이션의 기대주라고 평가받는지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아날로그와 가족의 힘으로 세상을 구하다
썸머 워즈(Summer Wars)의 핵심 단어이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가족'이다. 모든 생활을 가상의 OZ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 OZ에 문제가 생기자 일상생활을 이어나갈 수가 없는 세계적으로 큰 문제가 생기고, 사람들은 우왕좌왕하게 된다. 극 중에서 사카에 할머니는 아날로그 시대의 대표적인 인물이자, 가족을 하나로 단합시킨 인물이다. 수많은 지인에게 아날로그 방식인 전화를 사용해서 사람들을 격려한다. 솔직히 국토해양부 장관이나, 저명한 박사, 시장 등 고위 관료와 엘리트 지식인에게 전화를 할 때는 이 할머니 도대체 정체가 뭐지? 하고 생각했다. 이러한 사카에 할머니의 아날로그적인 방식은 가족을 단결시키고, 더 나아가 세계를 구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
짧은 감상평
AI인 러브 머신은 호기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여러 가지를 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가족들과의 게임 대결을 흔쾌히 받아들인다. 사실 나는 그 게임을 해본 적이 없고 규칙도 모른다. 하지만 나츠키와 러브 머신의 대결은 가상현실에서의 화려함 때문인지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었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한국 사람들이 인터넷에 강하고 그 게임도 좋아하기 때문에 썸머 워즈(Summer Wars)를 좋아해 주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실제로 세계 여러 나라의 사람들이 나츠키에게 보내는 응원 메시지에 한국어가 여러 번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러브 머신과의 대결에서 한 판을 지고 경기를 이어나갈 힘을 모두 잃어 절망에 빠진 나츠키에게 전 세계의 사람들이 힘을 보태고 응원하는 장면은 약간 유치하기도 했지만, 꽤나 감동적이었다. 나츠키의 친척들은 물론이고, 전 세계의 사람들이 한 마음으로 나츠키를 응원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