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방법으로 은혜 갚는 고양이의 이야기
매일이 똑같은 일상이 지루하고, 좋아하는 남자에게 말 한마디 걸지 못하는 평범한 고등학생인 하루. 유난히 운이 좋지 않고 따분한 어느 날, 하굣길에 차에 치일뻔한 고양이를 구하게 된다. 고양이는 놀랍게도 두 발로 서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은혜를 갚겠다는 말을 하고 사라진다. 그날 밤 고양이 왕국의 왕과 그 일행이 하루를 찾아온다. 알고 보니 낮에 하루가 구한 고양이는 고양이 왕국의 왕자 '룬'이었고, 그를 대신하여 고양이 왕이 고맙다는 인사를 하러 온 것이었다. 고양이 왕은 혼란스러워하는 하루에게 앞으로 행복한 일이 생길 것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고 떠난다. 그때부터 불쑥불쑥 고양이들이 나타나 마음대로 보답을 하기 시작한다. 하루에게 쥐를 잡아주거나, 마당에 고양이 풀을 잔뜩 심어놓는 등 고양이 입장에서의 보답을 말이다. 하루는 이런 식의 보담은 전혀 기쁘지 않다고 말한다. 왕국의 고양이는 왕자인 룬과 결혼해서 고양이 왕국에서 사는 것은 어떻겠냐는 제안을 한다. 잠깐 동안 상상을 하면서 행복해하는 하루의 얼굴을 본 고양이는 이것을 긍정의 의미로 받아들인다. 고양이 왕국으로 끌려갈지도 모른다는 위기를 느낀 하루는 어떤 신비로운 목소리의 충고를 받아 고양이 사무소로 향한다. 그리고 고양이 남작과 뚱보 고양이 무타에게 도움을 청한다. 함께 방법을 고민하던 순간 갑자기 고양이들이 들이닥치고, 하루를 납치해서 고양이 왕국으로 데려가 버린다. 하지만 고양이 왕국은 생각보다 귀엽고 신비로운 곳이어서 하루의 경계는 단숨에 풀려버린다. 고양이 왕국을 둘러보던 중 만난 고양이 '유키'는 하루에게 어서 인간 세계로 돌아가라고 재촉한다. 고양이 왕국에서는 매일 걱정 없이 즐겁게 살 수 있다는 말에 하루의 마음이 흔들리고, 그녀는 점점 고양이로 변하기 시작한다. 고양이 왕은 하루를 위해 연회를 베풀고 그때 고양이 남작이 나타나 하루와 함께 도망친다. 흥분한 고양이 왕은 하나밖에 없는 탈출구인 탑을 부숴버린다. 고양이 왕 앞에 나타난 왕자 룬은 모두에게 자신과 결혼할 고양이 유키를 소개한다. 그럼에도 왕은 포기하지 않고 유키에게 청혼하지만 유키는 단호하게 거절한다. 완전히 무너지는 탑에서 유키와 남작이 떨어지지만, 까마귀의 도움으로 무사히 인간 세상에 도착하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간다.
두 가지 의미의 보은
첫 번째는 자기들의 입장에서 은혜를 갚는 왕국 고양이들의 보은이다. 상대방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순수하고 좋은 의도에서 시작한 일이지만, 하루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민폐가 될 것 같다. 두 번째는 유키의 보은이다. 하루에게 고양이 사무소를 찾아가라고 충고를 한 것도 유키였다. 사실 유키는 어릴 적 하루의 보살핌을 받았었다. 하루가 곤란한 상황에 처하자 그때의 은혜를 잊지 않고 도움을 줬던 것이다. 유키의 보은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고양이의 보은이 아닐까 생각한다.
모험을 통해 성장한 주인공 하루
하루는 고양이들과 주변 상황에 좌지우지되는 우유부단하고 답답한 면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고양이 왕국에서의 모험이 끝난 후 '하루'는 처음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 짝사랑하던 상대의 이별 소식에도 별다른 감정의 동요가 없다. 고양이의 목숨을 구한 것과 고양이 왕국에서의 모험은 모두 소중한 경험이었다며 의젓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녀가 모험을 통해서 한 단계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
애니메이션 <고양이의 보은> 정보, 리뷰
<고양이의 보은>은 2002년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제작했고 1년 후인 2003년에 한국에서 개봉했다. 같은 지브리의 작품 <귀를 기울이면>에서 파생된 외전 같은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귀를 기울이면>과 <고양이의 보은> 두 작품 모두 '고양이 남작'이 등장한다. <고양이의 보은>은 지브리의 대표적인 작품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나 <모노노케 히메>처럼 무거운 주제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 이유는 지브리를 대표하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작품의 기획을 했지만 실제 제작은 '모리타 히로유키' 감독이 맡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수의 지브리 애니메이터들이 제작에 참여했기 때문에 지브리 특유의 느낌이 덜한 작품이다. 예로 <고양이의 보은> 속 고양이 왕국은 솜사탕처럼 부드럽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보여준다. 왕국 고양이들은 인간처럼 두발로 걸어 다니고 털의 색깔도 흰색, 검은색, 얼룩무늬만 있는 게 아니라 하늘색과 분홍색인 고양이가 있다. 인간세상처럼 고양이들이 만든 그들만의 문화도 형성되어 있다. 귀여운 고양이들이 모여 만든 왕국이라니. 확실히 그동안의 지브리의 색채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모리타 히로유키' 감독은 한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후계자로 거론되었지만, 계속되는 흥행 부진으로 주주들로부터 큰 압박을 받았고, 결국 회사를 나가서 따로 독립했다. 비록 흥행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지만 '모리타 히로유키' 감독의 <고양이의 보은>은 아기자기하고 간결한 의미를 전달하는 귀여운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