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빌려 쓰는 <마루 밑 아리에티> 줄거리와 결말
교외에 있는 오래된 저택의 마루 밑에는 마지막 남은 소인족 가족이 살고 있다. 소인들은 몰래 인간의 물건을 '빌려'쓰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들이 꼭 지켜야 할 규칙이 하나 있었는데, 절대 인간에게 들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인간에게 정체를 들키게 되면 당장 그 집을 떠나야 한다. 과거에 인간에게 소인족의 존재가 발각된 적이 있었는데, 그 때문에 소인족은 거의 사라지고 아리에티 가족만이 간신히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소인족 가족의 외동딸인 아리에티는 밝고 호기심이 가득한 14살의 소녀로 신장은 10cm 정도이다. 아빠와 함께 처음으로 '빌리기'에 나선 아리에티. 아리에티에게 인간들이 사는 집으로 가는 길은 신기하고 재밌기만 하다. 엄마의 부탁으로 각설탕과 휴지를 빌리던 아리에티는 방에 있던 쇼우와 마주치게 된다. 쇼우는 하얀 얼굴에 병약한 소년으로 어려운 심장수술을 앞두고 외할머니 댁에 요양을 와있었다. 쇼우는 엄마에게 소인들에 대해서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에 아리에티를 보고도 크게 놀라지 않는다. 오히려 당황하는 아리에티를 진정시키려고 노력한다. 사실 쇼우는 외할머니 댁에 온 첫날, 뜰에서 아리에티를 목격했었고 이번이 두 번째로 마주친 것이었다. 인간에게 존재를 들킨 것에 놀란 아리에티는 빌려가려던 각설탕을 떨어뜨리고 급하게 도망을 간다. 쇼우는 아리에티가 떨어뜨리고 간 각설탕을 쪽지와 함께 그녀가 다니는 길에 놓아두지만, 소인 가족들은 우리를 붙잡으려는 함정이 틀림없다면서 이사를 고민하게 된다. 아리에티는 쇼우를 찾아가 쓸데없는 일을 했다고 화를 냈지만, 쇼우와의 만남을 거듭할수록 그가 다른 인간들과는 달리 자신을 해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소인을 최초로 목격한 것은 쇼우의 증조할아버지로, 쇼우의 집에는 소인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특별히 주문해서 만든 인형의 집이 있었다. 쇼우는 아리에티 가족이 사는 곳을 찾아서 인형의 집을 선물하려고 하지만 오히려 가족들은 정체가 탄로 났다면서 급하게 이사를 준비한다. 그리고 평소에 물건을 훔쳐가는 소인들을 좋게 생각하지 않았던 쇼우의 가정부에게 아리에티 가족이 사는 곳이 발각되고 아리에티의 엄마가 잡혀가고 만다. 아리에티는 쇼우에게 도움을 청한다. 쇼우가 가정부의 주위를 끄는 사이, 아리에티는 엄마를 구출한다. 그날 밤, 아리에티 가족은 또 다른 소인족 소년의 도움을 받아 급하게 이사를 간다. 쇼우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던 아리에티는 쇼우가 키우는 고양이의 도움으로 쇼우를 다시 만나고 그에게 작별의 인사를 한다.
영국 동화가 원작인 애니메이션의 정보
<마루 밑 아리에티>는 영국의 아동 문학 작가인 '메리 노튼'이 1952년 발표한 판타지 소설 'The Borrowers'라는 작품을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borrow'는 '빌리다'라는 뜻의 영단어로 'borrowers'는 '빌리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아리에티'처럼 작은 사람들이 마루 밑에 살면서 사람들의 물건을 빌려 쓰는 이야기이다. <마루 밑 아리에티>처럼 소설 'The Borrowers'를 원작으로 한 영화도 있다. 1999년 '피터 휴잇' 감독의 'Borrowers'라는 영국 영화와 2011년 개봉한 '톰 하퍼' 감독의 리메이크 영화 'The Borrowers'다. 하지만 코미디 가족 영화로 만들어진 두 영화보다 '소인들이 물건을 빌려간다'는 동화적인 요소를 더 잘 표현해낸 작품은 단연 지브리 스튜디오의 <마루 밑 아리에티>라고 생각한다.
귀여운 상상력이 돋보였다-감상평
주인공 아리에티의 몸이 작았기 때문에 그녀의 주변에 있던 모든 것들이 마치 내가 아리에티가 된 것처럼, 새로운 시선으로 볼 수 있었다. 아리에티는 긴 머리카락을 빨래집게로 질끈 묶고, 곤충이나 작은 동물들을 피해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그리고 본인의 키보다 큰 꽃을 꺾어서 엄마에게 선물하는가 하면, 공 놀이를 하듯이 콩벌레를 가지고 논다. 밧줄을 이용해서 식탁이나 싱크대 사이를 자유롭게 이동하고, 벌레나 동물에게 쫓길 때는 식물의 잎 뒤에 숨는다. 아리에티는 마치 숲 속의 요정처럼 풀 밭을 자유롭게 뛰어다닌다. '소인의 시선으로 보면 세상이 저렇게 보이겠구나...'하고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소인들이 인간의 물건을 '훔친다'가 아닌 '빌린다'는 표현에서는 순수함과 재치가 느껴졌다.
쇼우의 긍정적인 변화
쇼우는 심장이 안 좋은 상태로 성곡 확률이 낮은 수술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삶에 대한 희망을 잃은 상태였다. 수술 후의 결과에 대해서도 낙관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부정적인 상황 또한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아리에티 같은 소인족도 곧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냉소적인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아리에티를 계속해서 만날수록 긍정적이고 강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그녀의 태도에 점차 동화되어 간다. 그리고 위험에 빠진 아리에티 가족을 도와주면서 그녀의 희망이 되어준다. 결국 쇼우는 소인족이지만 누구보다도 힘차게 살아가는 아리에티와의 만남으로 삶에 대한 의지를 되찾고 꼭 건강해지겠다고 그녀에게 약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