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본셔 공작부인의 일대기
중년의 한 남자가 젊은 남녀들이 서로 어울려 노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그는 영국 최고의 권력을 가진 데본셔 공작으로 신부를 찾고 있었다. 그에게 아내란, 외모가 어떠하고 얼마나 훌륭한 교육을 받았는지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후계자를 낳을 수 있는 건강한 여성인지가 중요할 뿐이었다. 그렇게 스펜서 가문의 딸 조지아나는 데본셔 공작에게 '선택'되어 그와 결혼한다. 17세의 조지아나는 크고 훌륭한 저택, 많은 하인들이 고개를 숙이는 모습에 들뜨지만 첫날밤을 기점으로 결혼에 대한 기대는 처참하게 무너지고 만다. 데본셔 공작부인이 되어 사교계에 등장한 그녀는 해박한 지식과 화려한 화술, 유행을 선도하는 패션으로 사교계의 여왕이 된다. 하지만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 데본셔 공작은 지속적으로 외도를 저지른다. 남편의 무관심을 도박과 사교활동으로 달래던 조지아나는 도박을 하던 중에 산통을 느끼고 딸을 출산한다. 아들의 탄생을 바랐던 데본셔 공작은 딸을 낳은 조지아나를 무시한다. 바스로 휴가를 떠난 조지아나는 파티에서 베스 포스터라는 여인을 만난다. 그리고 그녀의 남편이 외도와 폭력을 일삼고, 아이들까지도 만나지 못하게 한다는 사연을 전해 듣는다. 조지아나는 그녀를 가엽게 여겨 데본셔 저택에 머물도록 배려한다. 하지만 베스에게 관심을 보이던 데본셔 공작이 베스와 하룻밤을 보내고 조지아나는 분노하지만 공작은 오히려 아들을 낳지 못한다며 조지아나를 탓한다. 공작과의 하룻밤을 보낸 대가로 베스는 아이들을 데려 올 수 있었고, 그녀의 아들과 놀아주는 공작을 보며 조지아나는 깊은 상실감을 느낀다. 그리고 예전부터 호감이 있었던 젊은 정치인 찰스 그레이를 만난 조지아나. 그녀는 베스와 데본셔 공작의 관계를 묵인하는 대신 자신과 찰스의 만남을 허락해달라고 한다. 분노한 공작은 후계자를 낳을 때까지 나오지 못하도록 조지아나를 방에 가둬버린다. 드디어 후계자를 낳은 조지아나는 찰스 그레이를 만나 바스 시로 떠난다. 온 영국은 찰스 그레이와 데본셔 공작부인의 스캔들로 들썩이고, 데본셔 공작이 조지아나를 찾아가지만 그녀는 돌아가기를 거부한다. 공작은 조지아나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정치계에서 찰스 그레이가 설 자리를 없애버리고, 그녀가 다시는 아이들을 볼 수 없게 하겠다고 위협한다. 데본셔 저택으로 돌아온 조지아나는 찰스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고백한다. 공작은 시골에서 아이를 낳고 아이는 그레이가로 보내라는 명령을 한다. 딸 일라이자를 낳은 조지아나는 그레이 가문에 딸을 보내고 다시 데본셔 저택으로 돌아온다. 공작은 조지아나에게 그동안의 미안했던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1년이 지나 다시 사교계로 돌아온 조지아나. 파티에서 마주친 찰스는 예쁜 조카가 있으니 보러 오라는 말을 남긴다. 다시 사교계의 여왕이 된 조지아나가 아이들과 데본셔 저택의 정원을 뛰어다니는 평화로운 장면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실존 인물 조지아나 스펜서
공작부인은 영국의 유서 깊은 가문 스펜서가의 장녀로 태어났다. 유복했던 집안에서 자란 조지아나는 훌륭한 교육을 받았고, 이것은 훗날 그녀가 데본셔 공작부인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사교계의 유명인사가 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17세의 조지아나는 8살 많은 5대 데본셔 공작 윌리엄 캐번디시와 결혼했지만, 그녀의 결혼생활은 결코 행복하지 않았다. 남편은 결혼생활 내내 외도를 저질렀고, 아들을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그녀를 압박했다. 하지만 조지아나는 남편의 외도로 생긴 아이들 모두를 품고 사랑으로 키웠다고 한다. 또한 그녀는 여성의 투표권이 없던 당시의 사회에서 여러 가지 정치활동을 할 정도로 시대를 앞서가는 여성이었다. 영국의 전 왕세자비 다이애나도 스펜서 가문 출신으로 조지아나 공작부인은 다이애나의 5대조 고모라고 한다. 결혼으로 얻게 된 높은 지위, 남편의 외도로 인한 불행했던 결혼생활과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것 등 공작부인과 전 왕세자비 다이애나의 삶은 많은 면이 닮아있어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기도 한다.
영화 <공작부인:세기의 스캔들> 감상평
명망 있는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귀족임에도 불구하고 남성에게 선택당해 결혼한 조지아나. 아들을 낳아줄 도구로써 취급당하는 그녀가 가여웠다. 데본셔 공작부인이라는 높은 지위를 가졌지만, 그것은 남편으로부터 부여받은 것일 뿐이었다. 부인으로서 존중을 받지도 못하는데 그깟 공작부인의 자리가 의미가 있었을까? 나였다면 숨 막히고 괴롭기만 한 공작부인의 자리 따위 당장 벗어던져버리고 싶었을 것이다. 선대로부터 그런 식의 교육을 받았기에 부인을 그런 식으로 대하는 것밖에 몰랐다는 데본셔 공작의 변명은 비겁했다. 사람을 인격체로 생각했다면, 더군다나 오매불망 그렇게나 기다리던 후계자를 낳아준 부인을 그런 식으로 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겉으로는 모두가 우러러보는 지위와 넘칠 만큼의 많은 재산을 가졌지만 속으로는 한없이 외로웠을 여성. 조지아나 캐번디시 데본셔 공작부인의 일생을 담은 영화 <공작부인:세기의 스캔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