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소녀의 성장 판타지 애니메이션
주인공 '안나'는 어렸을 때 부모님을 잃고 친척들의 외면으로 세상에서 혼자가 되었다. 자신을 입양한 대가로 양어머니가 구청에서 지원금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상처를 입고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다. 그리고 자신은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빠져버렸다. 지병인 천식이 심해진 안나는 양어머니의 친구 부부에게 맡겨지고, 지루한 시골생활을 이어가던 중 습지 위의 낡은 저택을 발견한다. 호기심에 가보지만 저택에는 아무도 살고 있지 않았다. 마을에서 여름 축제가 있던 날, 안나는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친구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하고 자기혐오에 빠진다. 안나는 무엇에 이끌리듯이 습지의 낡은 저택으로 향한다. 정박되어있던 나룻배를 타고 가던 중, 부둣가에 부딪힐뻔한 순간에 어떤 소녀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하게 된다. 금발 소녀의 이름은 '마니'. 마니는 신기하게도 안나가 꿈속에서 봤던 소녀와 똑같은 모습이었고, 자신과 같은 푸른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안나와 마니는 아무도 모르게 함께 소풍을 가고 서로의 비밀 이야기를 나누면서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폐쇄적인 성격의 안나는 긍정적이고 활발한 성격을 가진 마니에게 닫혔던 마음의 문을 열고 건강도 점점 좋아지게 된다. 어느 날 습지 저택에서 열리는 파티에 마니는 안나를 초대한다. 오랜만에 저택에 방문한 마니의 부모님이 여는 파티였다. 파티에 간 안나는 아무에게도 사랑을 받지 못하는 자신과는 달리,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마니를 부러워한다. 며칠 뒤 습지 저택을 다시 찾아간 안나는 저택으로 이사를 오는 사야카의 가족을 보게 된다. 그리고 화가인 히사코에게서 저택에는 지금 아무도 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듣는다. 사야카는 마니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사야카가 마니의 일기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낮에 저택을 방문하면 사람이 살지 않는 빈 집의 모습이었기 때문에 안나는 마니가 자신이 만들어낸 환상 속의 인물이 아닐까 의심한다. 안나는 환상 속에서 다시 만난 마니에게 자신은 입양아이기 때문에 양어머니는 물론이고, 사람들에게서 사랑을 받은 적이 없다는 고백을 한다. 마니 역시 자신은 그동안 부모님에게 외면당하고, 유모와 가정부의 괴롭힘 속에서 자라왔으며, 그들이 창고에 자신을 가둔 적도 있었다고 고백한다. 두 사람은 마니가 갇혀있었던 창고로 가서 함께 두려움을 극복하자고 약속한다. 하지만 갑자기 시작된 폭풍우로 함께 창고에 갇히게 된다. 정신을 잃은 안나를 그대로 두고, 소꿉친구와 먼저 창고를 빠져나간 마니에게 안나는 실망과 배신감을 느낀다. 꿈속에서 다시 만난 안나에게 마니는 이별을 고하고, 마니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받은 안나는 마니를 용서한다. 며칠 뒤 안나는 화가 히사코로부터 마니는 실제 습지 저택에 사는 소녀였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소꿉친구와 결혼해 딸을 낳았지만 남편과 딸이 하늘나라로 간 뒤에 홀로 남겨진 손녀를 키웠고, 남편과 딸을 잃은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는 것도 전해 듣는다. 마니도 안나처럼 외롭게 자랐지만,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오히려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려고 했다는 이야기에 감동을 받는다. 그리고 양어머니로부터 받은 습지 저택의 사진으로 마니가 바로 자신의 외할머니였음을 알게 된다. 외할머니 마니로부터 희망을 잃지 않고 자신과 세상을 사랑하는 마음을 배운 안나는 양어머니의 진심 어린 사랑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안나는 저택의 2층에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드는 마니의 배웅을 받으면서 다시 삿포로로 돌아간다.
<추억의 마니> 리뷰
<추억의 마니>는 자기 자신과 주변,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안나가 마니를 만나면서 내면적으로 성장하는 이야기이다. 안나는 다른 사람의 관심을 바라지만 스스로 자신과 타인 사이에 큰 벽을 쌓고 있다. 양어머니가 안나에게 다가가려고 하지만 안나는 마음을 쉽게 열지 못한다.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곁에 있지만 모든 관계를 스스로 막아버리고 심한 우울증을 겪고 있다. 안나는 왜 이다지도 깊은 우울감에 빠지게 되었을까? 양친을 모두 잃은 안나에게 친척들은 마음의 상처가 되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다. 그리고 양어머니가 자기를 데려다 키움으로써 구청에서 보조금을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겨우 그런 일 때문에?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안나는 아직 사춘기의 어린 소녀이다. 자신의 정체성도 제대로 확립하지 못한 시기에 주변인들과 좋은 관계를 맺지도 못하고 어른들로부터 상처만 받았다면 모든 것에 부정적인 소녀가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렇듯 타인과의 원만한 관계 형성이 힘들었던 안나는 마니를 만나고부터 달라지기 시작한다. 타인에 대한 방어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이 사라지고 마니에게만은 처음부터 마음을 열 수 있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고민을 말하고 서로를 의지하는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안나가 마니에게 마음을 열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마니가 안나의 꿈에 여러 번 등장한 친숙한 존재였기 때문일 것이다. 안나가 꿈속이 아닌 실제로 마니를 처음 만나게 되었을 때 처음에는 놀라는 듯했지만 곧 익숙하게 마니의 존재를 받아들인다. 이것은 마니가 안나의 외할머니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왜 안나가 거부감 없이 마니를 받아들일 수 있었는지에 대한 설명을 더해준다. <추억의 마니>는 상처를 가지고 있는 두 소녀가 만나 서로에게 용기를 주면서 긍정적으로 변화해가는 아름다운 우정에 대한 이야기다.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부드러우며 잔잔한 분위가 좋았다. 한편으로는 이야기의 전개가 난해하고 개인의 취향에 따라서 마니의 정체가 허무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지브리 특유의 따스한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추천하고 싶은 애니메이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