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살 소녀와 마법사의 만남
마법과 기계가 발달한 19세기 말 유럽.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해터' 모자 가게를 운영하는 소녀 소피. 장녀로서의 의무감으로 가업을 이어받은 소피는 소녀가 가져야 할 꿈이나 소망은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동생 레티가 일하는 제과점으로 가던 중 군인들에 의해 소피가 곤경에 처했을 때 마법사 하울이 나타나 소피를 구해준다. 하울은 쫓기고 있으니 소피에게 도와달라고 하고 두 사람은 검은 형체들을 피해서 하늘로 도망친다. 무사히 빠져나온 하울은 소피를 근처 건물에 내려주고 사라진다. 레티에게 하울을 만났던 것에 대해 이야기하자 하울은 소녀들의 심장을 먹는 무서운 마법사이니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다시 모자 가게로 돌아온 소피는 한 중년 여성의 방문을 받는다. 자신을 황야의 마녀라고 소개한 여자는 소피에게 저주를 걸고 저주를 풀고 싶다면 하울을 찾아가 보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마녀가 사라진 후 거울을 본 소피는 깜짝 놀란다. 18살 소녀였던 자신이 90살의 할머니로 변해있었기 때문이다. 다음 날 아침, 여전히 할머니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소피는 꽤나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저주에 걸린 모습으로 계속 집에 있을 수는 없었기 때문에 모자가게 직원들이 보기 전에 아무도 모르게 집을 떠난다. 그리고 황야의 마녀의 말대로 마법사 하울을 찾아가기로 한다. 황무지를 떠돌던 중 만난 순무 허수아비의 도움으로 걸어 다니는 하울의 성에 들어가게 된다. 성에는 하울과 제자 마르클, 불의 악마 캘시퍼가 살고 있었다. 하울의 성에서 청소부로 살게 된 소피는 무서운 저주를 풀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울의 움직이는 성> 주관적인 리뷰
할머니가 된 소피가 보여준 모습은 무척 놀라웠다. 그녀는 가업을 이어받아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인지 몰라도 모자를 만드는 일이 전혀 즐겁지도, 재미있어 보이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과감하게 다른 꿈을 좇을 성격으로 보이지도 않았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억누르려고 하는 재미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생각은 완전히 빗나가버렸다. 저주로 인해 90살 할머니가 된 소피의 내면에는 긍정적인 힘으로 가득 차있었다. 물론 처음에는 많이 놀라고 당황스러웠겠지만, 소피는 자신의 변해버린 외모에 낙담하거나 절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거울로 이리저리 살펴보면서 건강해 보인다라고 말하며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소피의 경우에서도 보았듯이 하울 역시 그의 잘생긴 외모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된다. 움직이는 성의 내부는 하울의 내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신비로운 외면과는 달리 성 안은 그야말로 청소를 하고 또 해도 소용이 없는 엉망진창 더러움의 끝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하울의 방에는 황야의 마녀에게서 도망치기 위한 갖가지 부적들로 가득하다. 하울은 미인의 심장을 먹는다는 무시무시한 소문을 몰고 다닌다. 하지만 소문과는 달리 하울은 외모만 그럴듯하지 쉽게 자포자기하는 마음 약한 겁쟁이 마법사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울은 내면의 강인함을 가진 소피에게 자신의 나약함을 모두 보여주며 점점 그녀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 소피도 성에 살면서 하울의 진정한 모습을 알아가고 하울을 사랑하게 된다. 하울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낄 때 소피는 원래의 앳된 모습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마음이 슬프거나 지치고 힘들 때는 할머니의 모습으로 변한다. 소피의 나이가 가장 많아 보였을 때가 황야의 마녀에게 저주가 걸린 직후였는데, 아마 그때가 가장 절망스러웠을 때가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한다. 결말로 이어질수록 소피는 더 이상 90살 할머니의 모습으로 변하지 않는다. 허리가 꼿꼿하게 펴지고 표정에서도 생기가 넘쳐난다. 이것은 하울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확신함과 동시에 그에 대한 강한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국내 해외 평가 반응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려낸 유일한 로맨스물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대한민국 총 관객수는 2,614,043명, 네이버 관람객 평점은 9.35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에서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중 일본 다음으로 흥행에 성공한 지브리의 작품이다. 지브리의 골수팬들의 비판도 있었지만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주인공들의 해피엔딩과 동화 같은 배경과 사랑이야기, OST '인생의 회전목마'는 많은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하울의 남다른 미모가 영화의 인기에 큰 역할을 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후 지브리의 남자 주인공의 외모는 항상 하울과 비교의 대상이 되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2017년 <너의 이름은>이 개봉하기 전까지 국내에서 개봉한 일본 영화 중 최고의 흥행작이었다. 또한 팝콘 지수 93%, 로튼 토마토 87%, 메타크리틱 80점을 받을 정도로 해외에서의 평가도 굉장히 좋았다. 원작자인 다이애나 윈 존슨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작품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며 상당히 좋은 평가를 했다. 그리고 제78회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에 후보로 올랐고, 2004년 베니스 영화제에서는 황금 오셀라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